러시아 이모저모 소식

러시아민박(모스크바민박)해바라기민박-러,영 정상회담

모스크바해바라기 2011. 9. 12. 23:01

러시아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크렘린 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오랫동안 긴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2006년 런던에서 발생한 전(前)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수사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 등에도 불구하고 특정 문제가 양국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협력 선언문 채택 =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이후 '현대화를 위한 지식에 기반한 협력에 관한 선언문'에 서명했다.

선언문에서 양국 정상은 혁신적 발전과 친환경적이고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첨단 기술 개발 등이 현대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통상 및 투자를 위한 양국의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경제 현대화 및 기업 경쟁력 향상, 교육 국제화 등을 위해 학자·교수 및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지원키로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뒤이어 연 캐머런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담의 주요한 결론은 우리가 양국 관계를 건설적이고 결실 있도록 만들기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부문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했다.

메드베데프는 이어 "이것이 양국 사이에 풀기 어려운 의제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 일련의 문제들이 남아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들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으로 반영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는 어떤 이유로 인해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것보다 단합시키는 공통점이 더 많다"며 "특정 문제에 대해 우리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어떤 식으로든 양국 관계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前 KGB 요원 독살 사건엔 여전히 이견 =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영 관계의 걸림돌이 돼 온 전 소련 정보 요원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사건 수사를 포함한 특정 문제에 대해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이는 사법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다른 교류를 방해해선 안 되며 러시아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리트비넨코 사건 이후 중단된 양국 정보기관 및 사법기관 간 협력도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러나 리트비넨코 사건의 용의자로 영국 측이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는 안드레이 루고보이 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은 절대 넘겨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을 법정에 세우도록 외국에 넘겨 줄 수 없다"며 "이 같은 우리의 법률 체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도 "리트비넨코 사건은 러-영 관계에서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며 "러시아는 스스로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시인했다.

러-영 양국 관계는 2000년대 들어 영국이 여러 차례 러시아 수사 당국의 추적을 받는 인사들의 망명을 허용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6년 11월 런던에서 전 러시아 정보요원 리트비넨코가 독살된 사건과 관련 러시아 정부가 이 사건의 용의자인 루고보이 전 KGB 요원을 인도해 달라는 영국 측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양국 관계는 뒤이어 2008년 1월 러시아 정부가 세금 문제를 내세워
영국 문화원 지방 지부를 폐쇄하고 그해 8월 러-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전쟁에서 영국이 미국과 함께 조지아 편에 서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후 악화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양국 정부의 시도는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그동안 관계 회복의 걸림돌이 돼온 문제들을 젖혀두고 경제 협력 강화 등의 실질적 행보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를 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캐머런 KGB에 포섭될 뻔? = 한편 캐머런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980년대 중반 KGB가 그를 포섭하려 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에 대해 논평에 달라는 영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가 소련 정보기관의 훌륭한 스파이가 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가 아주 훌륭한 요원이 됐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그랬다면 영국 총리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받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