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한국 서예전..무각 김종칠 선생 초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금발에 파란 눈을 한 러시아 여성들이 어색한 듯 붓을 들었다. 처음 보는 한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떨리는 손으로 가로와 세로 선, 동그라미를 그려간다. 붓끝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지만 서예의 비밀을 깨쳐보려는 듯 한 획 한 획에 온 정성을 쏟는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서예 박물관에서 27일(현지시간) 열린 한국 서예 강습회 모습이다.
주러 한국문화원(원장 양민종) 주최로 열린 이날 서예전과 강습회에는 150여 명의 현지인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강사론 한국의 유명 서예가로 중국과 프랑스 등에서 여러 차례 작품전을 연 무각 김종칠 선생(45)이 초대됐다.
이날 행사에서 무각 선생은 먼저 박물관에 전시한 자신의 서예 작품 30여 점 가운데 대표작들을 직접 소개했다. 그 중엔 같은 내용을 한글과 한자, 러시아어로 함께 써넣은 독특한 작품들도 있었다.
방문객들은 무각 선생의 설명으로 작품 내용을 들으며 동양의 깊은 철학과 예술미가 함께 녹아든 서예의 매력에 연방 감탄사를 쏟아냈다.
작품 설명에 이어 김 서예가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즉석 강습회를 열어 서예 기본 이론과 붓글씨 기초 등을 강의했다. 방문객들은 서예 박물관 바닥에 둘러 앉아 한지에 직접 붓글씨를 써보며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모스크바 체육사범대학 5학년생 타냐는 "모스크바 원광 한글학교에서 개설한 강좌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우며 한글의 과학성에 놀랐었는데 이 글자를 예술로 승화한 서예를 보니 그 아름다움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며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제대로 서예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서예가는 지난 2009년 8월 처음으로 한국 문화원 초청으로 모스크바에서 서예전과 강습회를 열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모스크바 서예박물관 초청으로 러시아 북부도시 벨리키 노보고로드에서 개최된 국제 서예전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27~28 이틀 동안 계속되는 서예 박물관 전시회와 강습회에 앞서 21일부터 엿새 동안 모스크바 한국 문화원에서 현지 한국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서예 강습을 하기도 했다.
알렉세이 샤부로프 모스크바 서예 박물관장은 "한국 서예엔 중국, 일본의 그것과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러시아인들의 한국 서예에 대한 관심도 아주 크다"며 "김 서예가가 지난해 노보고로드에서 강습회를 열었을 때는 관람객들이 비행기 표를 사줄 테니 강의를 더 연장해 달라고 조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었다"고 소개했다.
무각 선생은 "서예를 중국의 예술로만 이해하고 있는 서양인들이 많은데 이는 한자 중심의 서예에 익숙해진 탓"이라며 "한글과 동양권 국가들의 공유 문자인 한자를 함께 쓰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 서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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